차광주의 ‘괴산군지’ 읽기(4) :: 괴산의 새소식과 이야기

차광주의 ‘괴산군지’ 읽기(4): 2013.10.30 11:43 입력

요즘 우리 사회는 도덕과 정의가 땅에 떨어지고 서로 이익을 위해 죽고 죽이는 극악한 사회가 되었다. 그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역사로 보면 식민지의 피해, 해방 뒤 진행된 분단, 전쟁, 독재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그 때 입은 상처들이 마음 속 깊은 곳에 아픔으로 남은 채 무의식을 형성하고 있다. 이 무의식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풀어내는 것이야말로 분단과 독재를 극복하고 통일 한국과 나아가서 동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만들어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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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괴산군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우리 괴산 주민의 아픔을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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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쪽-266쪽에서 뽑은 내용
2005년 2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일제 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에 신청된 사건은 괴산의 경우 모두 985건이었다. 피해자들은 군인 142명, 군속 68명, 군 노무자 등 775명으로 국외 동원이 912명, 국내 동원이 73명이었다. 그런데 이 숫자는 일본 피징용자 명부의 3,254명에 견주면 30% 정도에 그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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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에서 병사로 징병당했던 주민들은 중국 또는 함경북도 등 중국 접경지역의 토벌작전에 동원되었으며 일본의 패망 후 상당 기간 포로로 억류되었다가 석방되었음이 확인된다. 석방된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지냈던 세월의 간격 때문에 귀국 후의 생활도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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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노무자로 징용을 당했던 주민들은 주로 일본의 군수공장에서 강제노동을 해야 했으며 특히 탄광으로 끌려갔던 주민들 고생이 극심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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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안면 윤주영의 증언에 따르면 1941년 당시 괴산에서 83명과 함께 출발했는데 37명이 귀환했으며, 자신은 2년 계약으로 홋카이도 스미모토 탄광으로 갔으나 탄광 측에서 몰래 2년을 연장해 강제노동을 해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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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동원된 사례로, 불정면에서는 보국대로 끌려가지 않으려고 흥남의 비료공장에서 2년 동안 근무한 경우도 있다.(불정면 박영래 구술, 2009.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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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에서도 일제강점 말기 강제동원 당한 주민들의 가족이 일제에서 근무했던 친일 인사들에 대해 원한과 증오심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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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연면 서기였던 이 모 씨는 노무병사의 책임자로서 원성을 받았으나 잘못한 것이 없다며 버티다가 군중에게 몰매를 맞았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반성 없이 오히려 보복하겠다고 벼르자 군중들이 다시 몰려와 몰매를 때려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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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평에서는 한국인 경찰이었던 오도병이란 자가 수난을 겪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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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경찰서 고등계 형사 출신으로 도안면 경찰 주재소 수석이었던 이 씨는 해방 후 수백 명의 공격을 받게 되자 칼을 휘두르며 서울로 도망했다. 콩밭에서 이 씨를 놓친 군중들이 이 씨 집으로 쳐들어가 집에 있던 사람을 이 씨로 생각하고 처단했으나 당시 살해당한 사람은 잠을 자던 이 씨의 부친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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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에서는 1945년 8월 20일 항일경력의 인사들이 홍명희를 중심으로 괴산군청에 모여 ‘괴산군 치안유지회’를 발족했다. 당시 회장에 홍명희, 수석 상임위원에 김영규, 총무 박일양, 민정 홍원식, 치안 안길수, 유정규 등이 선임되었으며 이 외에 이현복, 유승수, 전우석, 박승래 등 20여 명이 위원으로 선출되었다. 이후에 각 면에서도 면 치안유지회가 조직되어 1946년 미군정이 괴산에 들어올 때까지 지방치안을 스스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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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정이 들어오자 괴산에서는 치안유지회 수석상임위원이었던(또는 치안부장이었다는 주장도 있음) 김영규가 도군정고문의 추천을 받아 충청북도 경찰부장에 취임해 약 6개월 동안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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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김영규는 지방인사들의 추천으로 남조선과도입법위원의 도대표 위원에 당선되었다.(중략) 우리 민족사상 처음 있는 총선거에 지방 다수 유지의 추천으로 제헌국회의원에 입후보로 나섰다. 그러나 총선거를 17일 남긴 1948년 4월 23일 괴한의 저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운명했다. 당시 입법의회 의장 신익희 등을 비롯한 거물 인사들의 통탄과 애도와 흐느낌 속에 사회단체 연합장으로 장례를 엄수했다.(괴산군지 2권 4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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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정시기 괴산지역에서 좌우가 충돌한 사건은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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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9월에 조병옥 미군정청 경무부장이 괴산을 방문한 일이 있었는데 이 때 경찰관이 증평삼거리에서 군중을 밀어내다가 총을 발사해 증평 초중리에 살던 이갑출이 사살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실수에 의한 오발로 주장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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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직후 생존권투쟁을 위한 전국적인 대중운동 조직의 하나로 전국농민조합이 결성되었으며 당시 농업이 주요산업이었던 괴산에서도 농민조합 활동이 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농민조합은 농민들 서로의 농사활동 돕기를 기본 목적으로 결성된 것이므로 농민들로서는 농민조합에 가입해야 비료나 농기구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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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정면에서는 해방 직후 농민조합이 만들어졌는데 일부 마을에서는 구장이 회의를 열고 농민조합 가입을 결정하기도 했다고 한다.[농민조합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 좌익계열로 분류됨에 따라 농민조합에 가입했던 조합원들이 요시찰대상이 되어 1949년 국민보도연맹의 가입대상이 되었다. 국민보도연맹원들은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국민보도연맹 사건’으로 대부분 희생되었음이 확인된다.(박영래 구술, 2009.5.18. 윤관로 구술 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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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당시 괴산군의 관할 행정구역은 14개 읍,면으로 1개 읍과 13개 면으로 구성되었다. 1개 읍은 증평읍이었고, 13개 면은 괴산, 감물, 도안, 문광, 불정, 사리, 상모, 소수, 연풍, 장연, 청안, 청천, 칠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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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부 수립 초기에 괴산지역에서도 교전과 다를 바 없는 무력충돌 사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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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6월 12일 감물면 금학광산에 빨치산 20여 명이 나타나 화약과 현금을 탈취해 도주했다. 경찰대가 추적했는데 이 전투로 빨치산 2명이 사살되고 경찰관 5명이 전사했다. 남은 빨치산들은 감물면과 장연면 경계인 박달산으로 도망쳤다. 당시 전사, 순국한 감물지서 소속 경찰관은 순경 최병린, 한경선, 김순실, 이용식, 최장봉 들이다. 경찰관들의 전공을 높이 추모하기 위해 1973년 6월 10일 감물면사무소 삼거리 19번 도로변에 5용사충혼비를 세웠으며 해마다 5월 12일 추모제를 열고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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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건국 초기 괴산지역의 처지를 잘 알 수 있는 연구자료는 거의 없는 형편이다. 일부나마 국민보도연맹의 활동과 관련된 인물들의 상황을 통해 당시 주민들 처지가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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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을 주요 생계수단으로 삼았던 괴산주민들로서는 대부분이 농민조합에 가입하게 되었는데 이 조직이 좌익계열로 여겨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조합의 간부들이 체포되어 재판을 받기에 이르렀고 일반 조합원들은 요시찰인이 되어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하게 되었다.[주민들을 농민조합에 가입시켰던 불정면의 구장 김종근은 재판을 받고 공주형무소에서 수용 중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실종되었다고 한다. 정황으로 보아 1950년 7월 9일경 후퇴하던 국군에 의해 집단 희생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공주형무소에는 최소 400-700명의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원이 희생되었다.(출처, 진실화해위원회, ‘대전,충청지역 형무소 재소자 희생사건 결정서’ 2010)]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o: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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