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4차 산업혁명과 고립주의의 역설)를 읽고

‘빅 픽처’(4차 산업혁명과 고립주의의 역설)를 읽고: 기계를 어떻게 다뤄야 우리가 좀더 나은 삶을 살게 될까?; 2017.05.01 08:37 입력

곳곳에서 빅데이터와 딥 러닝이 혁명적 인공지능을 탄생하게 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일어날 변화에 대한 우려와 이야기가 가득하다. ‘빅 픽처’는 하버드대 출신 국내 전문가들 16명이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면서 노동시장이 양극화되고 이에 따른 각국의 고립주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란 관점으로 글을 쓰고 있다.

 
저자들은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던진 과제를 점검한다. 먼저 에너지와 효율성 문제로 인간의 뇌보다 8650배의 에너지를 쓰는 초 연결 지능사회에 이 에너지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두 번째는 소득불평등의 문제로 기술 집약도와 자본 집약도가 높은 4차 산업혁명이 이를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세 번째는 다가올 사회는 모든 것이 연결돼 있고 기록되는 특징으로 해킹의 위험성이 상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과 악의적 알고리즘이 가져올 재앙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또 세계 석학들과 유엔이 반대하고 있지만 계속 개발되고 있는 킬러로봇 등의 문제는 국제적으로 연대해야 하며, 세계적인 윤리적 규범체계가 반드시 마련돼야 하며, 국가의 노력뿐만 아니라 기술, 제도의 글로벌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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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부상은 2016년 한 해 가장 많은 세계인의 이목을 끈 정치 사건이었다. 각각 상당히 다른 맥락에서 일어난 듯한 사건이지만 그 바탕에는 세계화가 가져온 노동 시장과 삶의 방식 변화에 대한 두려움, 이러한 사람들의 두려움을 정치에 이용한 정치인 그리고 세계화와 기술 발전이 가져온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충분한 사회 안전망을 제공하지 못한 정부의 실패라는 공통점이 있다.
 
세계화가 가져올 혜택을 누리려면 정부가 복지나 교육정책에 적극 개입해서 세계화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사람들, 즉 세계화의 잠재 피해자들이 받을 충격을 최소로 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부상은 정부가 이런 임무 수행에 실패했음을, 오히려 기회주의 정치인이 시민의 두려움을 자신의 정치 목표 달성을 위해 이용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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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와 트럼프 득세의 공통점 중 핵심은 분노이며 그 분노 이면에는 불안이 존재한다. 불안은 민주주의에서 치명적인 독소다. 불안감이 강화된 개인은 반민주주의 심리기제를 가지기 쉽다. 편향된 정보를 계속 제공하고 불안감을 조성하며 테러세력에 대한 공포감을 지속해서 자극하는 서방의 미디어 기업은 공포산업의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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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얘기하는 모든 사람들은 그 위기해법으로 민주주의를 말하고 있다. 빅 픽처의 저자들도 ‘민주주의는 평등과 개방성이 뿌리까지 녹아들어야 하는 문화이며 생활양식 그 자체이고 마음의 습관이다. 민주주의는 진화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불평등을 줄이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 시민의 역량을 키우는 정책, 녹색 경제에 이바지하는 정책, 이민과 다양성을 포용하는 정책 등을 적극 지지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며 소통과 토론은 수단이 아닌 목적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회의 약자를 내버려두고 배제한 채 누구도 행복을 지속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세계화를 통해 모든 지구의 문제로 확대됐다. 이민과 난민 문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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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파는 틈만 나면 이민자와 난민을 하나로 뭉뚱그려 외부 집단이 유럽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것처럼 묘사했다. 난민 위기와 테러공포가 극우파의 공간을 넓혔다. 사실 프랑스, 벨기에 등의 테러는 유럽에서 나고 자란 자생적 테러리스트의 소행이었다. 세계는 경기 침체와 테러위협이 심화될수록 희생양을 찾는 정치가 세력을 얻어왔다. 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배제나 차별로 사회 통합과 안정을 저해하는 악순환이 고착될 위험이 있다. 실제로 유럽 테러범은 대게 유럽 사회에 통합되지 못한 이민 2~3세대 청년이다. 차별과 배제가 ‘외로운 늑대’를 만든 것이다. 관용과 다양성이 축소되면 사회의 근간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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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우리나라가 오너스(생산 가능인구 감소)시대를 맞으며 특히 기업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대선공약을 통해 후보들이 노동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낙후된 기업문화에 대한 지적은 보이지 않는다. 혁명적 변화의 시대를 면전에 두고 우리는 아직도 ‘일방적 지시, 상습적 야근, 지나치게 잦은 회식 등 비합리적 업무방식’이 조직 전체의 효율성을 끌어내리며 전근대적 모습으로 살고 있다. 모두 각자의 일터에 갇혀 지내며 삶의 가치를 실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지친 상태로 고통 받으며 이웃을 잊어가고 있다. 나누고 연대하지 못한 삶은 사회의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는 주체로 설 기회를 찾기 어렵다. 민주주의와 공유경제, 녹색가치 등의 실현은 결국 지금까지의 역사처럼 그냥 주어지진 않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라는 명제는 현재 사회의 과제와 개인 삶의 현장부터 치유하는 일이 첫걸음인지도 모르겠다. 

 
기술혁신이 시장의 힘에 의한 진보에만 그치지 않도록 새롭고 더 나은 방식으로 모두의 삶을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엄청난 기술혁신이 소수의 기업이나 사이코패스에 장악 되었을 때의 끔찍한 상상은 이미 영화를 통해 경고처럼 보아왔다. 따뜻한 인간세상이 지속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진짜 생각해야 할 것은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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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인간다운 사람이 기계를 다루고, 기계를 어떻게 다뤄야 우리가 좀더 나은 삶을 살게 될까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 과학 저널리스트 신성욱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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