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주의 알콩달콩 마주이야기] '세상에 이렇게 불공평한 게 어딨어?'

[강현주의 알콩달콩 마주이야기] "세상에 이렇게 불공평한 게 어딨어?": 2015.10.14 00:16 입력

솎아놓은 무잎을 정리해 김칫거리를 절이고 있었다. 갑자기 시헌이가 울면서 집밖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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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렇게 불공평한 게 어딨어? 누가 이런 법을 만들었어?”
발을 동동 굴러대며 소리를 지르며 울부짖는다. 무슨 일인가 싶어 들어보니
“...(엉엉)... 아란이가 내 과자에 가방을 던졌는데... 아란이가 실수라고... 내 과자만 다 부서지고... 왜 나는 아란이 과자에 가방을 못 던져?...(엉엉)... 내가 아란이 과자에 가방 던지려니까 아란이가 울잖아...(엉엉)... 왜 나만 못 던져... 세상에 이렇게 불공평한 게 어딨어? 어딨냐고?... 누가 이런 법을 만들었어?...엉엉엉...”
“시헌이 정말 속상하겠다. 너도 아란이한테 똑같이 해주고 싶은데 못했어?”
“내가 아란이 울리면 엄마한테 혼나잖아...(엉엉) 왜 나만 맨날 혼나고... 아란이는 나 울려도 혼나지도 않고... 나는 아란이 울리면 엄마한테 혼나잖아... 나만 혼나고... 아란이는 혼나지도 않고...” 
얼굴이 벌개져서 발버둥을 치고, 소리를 지르며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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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짠하다. 아란이가 태어나고 얼마 안 되었을 때다. 산후조리를 도와주던 아주머니가, 자기 딸이 태어났을 때 시헌이 만한 아이들이 아기가 신기하다고 볼펜으로 눈동자를 찍으려던 걸 보고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30개월인 시헌이에게 단단히 주의를 줬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일까, 시헌이는 동생이 자기를 때려도 동생을 때린 적이 거의 없다. 그리고 한때는 오빠라는 이유로, 동생과 싸운다는 이유로, 동생보다 힘이 더 세다는 이유로, 나에게 참 많이도 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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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그랬구나. 옛날에 엄마가 시헌이 많이 혼냈지? 동생 울린다고 혼내고, 아란이는 오빠 울려도 혼내지도 않고... 시헌이 정말 많이 억울하겠다... 엄마가 옛날에 많이 혼낸 거 정말 미안해. 정말, 미안해...”
참, 요 작은 아이가, 그게 어떤 일이든 간에 자기만 혼났다는 생각에 얼마나 억울했을까... 얼마나 동생과 엄마가 미웠을까... 엄마에게 혼나지 않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서 화가 나고 속상한데도 동생을 울리지 못했을 이 아이 마음이 안쓰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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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울더니, 아이의 울음이 점점 잦아든다. 갓난아기처럼 포옥 안아줬다. 몸무게는 벌써 25킬로그램이지만, 마음은 아직도 갓난아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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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나 혼자만 먹을 거야.”
“엄마가 둘이 먹으라고 사준 건데...” 
조그맣게 말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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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 혼자만 먹을 거야.”
“그래, 그래.. 알았어.”
집에 들어가니, 아란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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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란아, 실수로 오빠 과자에 가방 던졌어?”
고개를 끄덕인다.
“미안하다고 했어?”
고개를 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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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리 와서 둘 다 앉아봐. 아란아, 오빠한테 사과해.”
“오빠, 미안해.” 
기어가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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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작아서 안 들리는데... 다시 크게 말해봐.”
“오빠, 미안해.” 
큰 목소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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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헌아, 아란이가 뭐래?”
“사과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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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자 혼자 먹을 거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아란이, 오빠의 그 말에 눈물이 떨어진다.
“시헌아, 엄마는 안 줘? 엄마 먹을 거 아란이 쪼끔 나눠줄게.”
“그럼, 이렇게 해서 아란이는 이만큼만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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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를 그리더니, 그 중에 7할 만큼 다시 손으로 그린다. 그만큼 아란이를 주겠다고 한다. 시헌이가 직접 접시를 갖고 와서 과자를 나눈다. 처음엔 혼자 먹겠다고 하더니, 자기 양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꽤 많이 아란이에게 과자를 나눠준다. 아란이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과자 하나를 꽉 다문 입에 넣어줬다. 꼼짝 앉고 있기에 살짝 간지럼을 피웠더니 활짝 웃는다. 시헌이도 살짝 간지럼을 피우니 베시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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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엄마는 밖에서 김치 마저 정리할게. 너희들은 텔레비전 봐도 돼.”
“내가 틀어줄게.”
시헌이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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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는 신나게 과자를 먹는다. 엄마 입에 하나씩 넣어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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