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교육] 괴산의 자랑 숲길 걷기(1, 2)

[전환기교육] 괴산의 자랑 숲길 걷기(1, 2): 걷는 건 내 마음이 가는 대로 느끼는 것; 2021.05.26 13:36 입력

1. 쌍곡 제스레재부터 송면리까지이 교육과정은 중고생 연령대 아이들이 숲길을 걸으면서 답답한 교실에 갇혔던 감수성을 열고, 우리 고장에서 다양하게 살아가는 어른을 만나 배우면서,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기 위해 기획한 것이다.   <o:p></o:p>그 첫 과정으로 5월 7일 김석규 선생님, 칠성중학교 학생 다섯 명과 쌍곡 제스레재(제수리재)부터 서울농장, 선유구곡을 거쳐 송면리까지, 점심을 먹고 다시 돌목재로 되돌아가서 박온섭 어르신을 뵙고 나서 송면리까지 걸었다.   <o:p></o:p>칠성중학교에서 김석규 선생님, 여학생 2명과 택시를 타고 제스레재로 가면서 학생들에게 물었다.   <o:p></o:p>”쌍곡이 우리 말로 뭘까?“   <o:p></o:p>느닷없는 질문에 학생들이 우물쭈물한다.   <o:p></o:p>“두 골짜기.”   <o:p></o:p>대답을 하고 나니 곧바로 ’골짜기‘에서 ’짜기‘는 뭘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골‘이 오르막골과 내리막골로 짝을 이루고 있어서 ’골짝‘이라고 하는 걸까?   <o:p></o:p>제스레재에 도착하니 ’제수리재‘라고 쓴 비석이 보인다. 청천면지에는 제스래재는 “웃관들 서북쪽에 있는 고개로 칠성면으로 넘어가는 고개인데 그 거리가 너무 멀어 걷기가 너무 지루하고 고달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나와 있다. 간단히 걷기가 지겹다는 뜻을 가진 고개라고 말해 주었다.   <o:p></o:p>서울농장에다가는 쌍곡 제스레재에서 출발한다고 전화로 알려주고, 사진기를 들고 온 학생이 있어서 찍고 싶은 게 있으면 ’정지!‘를 외치라고 했다. 걷는다는 건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자세히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은 점이다. 하지만 함께 걷다 보면 사진을 찍고 싶은 게 있어도 다른 사람이 걷는 게 신경이 쓰여서 못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o:p></o:p>말하기나 글쓰기나 그림 그리기나 사진 찍기나 모든 표현은 사물을 느끼는 데서 출발한다. 또 우리는 느낌의 대부분을 눈에서 얻는다. 따라서 눈으로 본다고 할 때 ’본다‘ 앞에 붙일 수 있는 말은 셀 수 없이 많다. 자세히 보기, 들여다보기, 쳐다보기, 내려다보기, 올려다보기, 앞에서 보기, 뒤에서 보기, 옆에서 보기, 거꾸로 보기, 돌리면서 보기, 돌면서 보기... 이렇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보고 얻은 정보를 표현하는 훈련은 모든 지식교육의 출발점이다.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시간은 닫힌 교실에서 대학입시와 시험에 쫓기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하다. 내 마음이 가는 대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 내가 좋아하는 것에 푹 빠져 즐길 수 있는 시간, 내가 즐긴 것을 친구와 나누면서 나를 알고 친구를 알아가는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   <o:p></o:p>걷는다는 건 차 타고 가면서 바깥 풍경을 얼핏 보는 것이 아니라 두 발로 땅을 밟으면서 내 감각기관을 자극하는 것들을 살피는 것이다. 외부 사물을 느끼는 감각이 섬세해지면 그 감각으로 나를 들여다볼 수 있다. 내 마음이 어디로 가는지를 살필 줄 알아야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   <o:p></o:p>제스레재에서 상관평쪽으로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왼쪽으로 담쟁이넝쿨이 타고 올라간 예쁜 바위가 있어서 ”바위가 참 예쁘네!“ 하고 말했다. 사진을 찍어보지 않겠냐고 넌지시 말해 본 것인데 반응이 없다. 아직 학생들의 특성을 잘 몰라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o:p></o:p>대야산을 마주보면서 내리막길을 걷는 발걸음이 시원하다. 잠시 걸으니 상관평 삼거리에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느티나무 유래를 적은 비석을 보니 한자로 적어 알기가 쉽지 않다. 대강 이런 내용이다.   <o:p></o:p>”이 나무는 관평리 5번지에 살던 성주 배씨 청산공파 제34대 자손 배순석 씨(부인 여산 송씨) 부부가 1796년 4월 5일 심었다. 200년이 지나도록 많은 사람이 쉼터로 이용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칭찬하니 지방정부가 보호수로 정했다. 배순석 씨 후손이 이 동네에 살고 있다. 후손들이 관평, 송면, 청천, 괴산, 대구에 퍼져 번성하므로 이 나무를 길이 보존하려고 기념비를 세운다.“   <o:p></o:p><table width="7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700" align="absmiddle" src="http://gsnews.or.kr/PEG/16220035034367.jpg"></td></tr></tbody></table> 느티나무 아래서 간식을 먹으면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걷기 시작한다. 학생들이 밭에서 자라는 식물 이름을 묻는지 김석규 선생님이 물어온다. 나도 모르겠다. 나중에 확인하니 결명자다. 학생들이 식물 이름에 관심을 갖는다. ‘학생들이 잘 컸구나.’ 속으로 생각한다.   <o:p></o:p>서울농장에 도착하니 실무를 맡고 있는 유안나님이 정문에 나와 있으면서 우리를 반가이 맞아준다. 소개를 시키려고 직책을 물어보니 소사란다. 며칠 전 서울농장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성복현님에게 전화했을 때도 자기는 소사라고 하더니 서울농장에는 소사만 있는 모양이다. 소사는 우리 말로 뭐지? 심부름꾼이라고 하면 맞을 것 같다. 다시 써 본다. 서울농장에는 심부름꾼만 있는 모양이다.   <o:p></o:p>잠깐 인사를 나누고 나서 사무실로 들어갔다. 잠깐 앉았는데 유안나님이 농장을 둘러보고 나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해서 농장으로 나갔다. 요즘 보기 힘든 보리밭이 있다. 유안나님과 칠성중학교 교장선생님이 보리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서 산림텃밭도 보러 갔다. 산림텃밭으로 가는 길에 감자밭을 지난다. 감자는 세 종류를 심었단다. 수미, 남작, 분홍감자. 감자밭 맨 윗이랑에 심은 감자 이파리가 냉해를 입었다고 깜짝 놀란다. 4월 말에 3일 동안 새벽에 얼음이 언 적이 있다. 그때 언 모양이다. 산림텃밭에 도착하자 명이나물을 설명한다. 우리 말 ”산마늘로 알려주세요!“ 내가 부탁한다. 아이들이 이파리가 넓적한 게 뭐냐고 묻는다. 돌아서 보니 머위다. 머윗대를 삶아서 껍질을 벗겨내고 나물을 무쳐서 먹는다고 알려주었다. 유안나님은 산림텃밭에 심은 여러 가지 식물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 바뻐서 잘 돌보지 못해 잡초가 무성하다. 이 넓은 친환경농장을 둘이서 돌보자니 고생이 말이 아니겠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유안나님이 마련해준 간식을 맛있게 먹었다. 유안나님은 어른들이 간식을 먹는 동안 학생들에게 따로 서울농장 이야기를 해주었다.   <o:p></o:p>서울농장을 출발했다. 선유구곡에서는 잠깐 앉아서 자연을 자세히 느끼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으나 식당은 문을 닫고,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서 그냥 지나쳤다. 선유동 들머리에서 식당을 지나치는데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마침 식당 옆에 평상이 있어서 평상에 앉아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사진기를 든 학생은 찍히는 학생이 모르게 슬쩍 슬쩍 사진을 찍는다.   <o:p></o:p>평상에서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 박건중 비석이 있다. 김석규 선생님이 중3 학생에게 사진을 찍어오라 하여 비석 글 앞 부분 한자를 풀이해 주었다.   <o:p></o:p>청천면지에 박건중을 소개한 내용을 추리면 이렇다. 박건중(1766-1841)은 본관이 상주이며 자는 사표, 호는 선곡이다. 벼슬에 뜻이 없어 스승인 성담 송환기, 과재 김정묵이 사는 선유동으로 이사해 후학을 기르다가 남은 생을 마쳤다. 돌아가신 뒤 통훈대부, 사헌부지평이라는 벼슬을 받았다.   <o:p></o:p>사전을 찾아보니 통훈대부는 정3품 하계 벼슬이다. 사헌부지평은 비리를 감찰하는, 요즘 공수처 같은 부서인, 사헌부의 벼슬 이름인데 정5품이다.   <o:p></o:p>송면리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돌목재 박온섭 어르신에게 전화를 드렸다. 몇 시에 도착하는지 궁금해서 오전에 전화를 하셨는데 못 받았다가 서울농장에서 점심 먹은 뒤에 들를 것 같다고만 이야기하고 몇 시에 도착할지를 말씀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박온섭 어르신 댁을 방문하니 화양서원 원장님 차림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준비를 하고 계셨다. 화양서원을 되살린 이야기, 살아온 이야기, 명심보감, 용비어천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함께 참석한 화양서원 사무장은 요즘 진행하고 있는 체험에 관해 이야기해 주셨다.   <o:p></o:p>학생 몇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래 걸은 데다가 점심까지 먹은 탓인지 꾸벅꾸벅 졸다가 명심보감과 용비어천가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정신을 차리고 들었다. 90세를 바라보는 어르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알아듣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르신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 뒤 다시 송면버스정류장으로 와서 오늘 겪은 이야기를 학생들과 나누고 버스와 택시를 이용해 칠성중학교로 되돌아왔다.   <o:p></o:p>2. 사기막리 마을회관부터 숲속작은책방까지두 번째 과정은 5월 14일 증평공고 1학년 학생 6명, 김석규 선생님, 증평공고 선생님 세 분과 함께 사기막리 마을회관부터 배티를 넘어 갈론, 연하협다리, 산막이옛길, 여우숲길을 거쳐 숲속작은책방까지 걸었다. 사기막리 마을회관 앞에서 출발하기에 앞서 뱀만 조심하자고 말하고 산에서 쉬면서 좀더 이야기하기로 하고 출발했다.   <o:p></o:p><table width="7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700" align="absmiddle" src="http://gsnews.or.kr/PEG/16220035259226.jpg"></td></tr></tbody></table> 배티에서 잠시 쉬었다. 배티는 배를 타러 가기 위해 넘는 고개라는 뜻이다. 농사를 지어 본 사람 있냐고 물으니 모내기를 해본 학생도 있고, 고추농사를 지어본 학생도 있다. 증평공고 젊은 선생님들에게 모내기를 해본 분 있냐고 물으니 없다고 한다. “농사 힘들지?” 하고 학생에게 물으니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o:p></o:p>우리가 숲길을 걷는 까닭을 잠깐 설명했다. 답답한 교실에서 벗어나 감성을 열려고 마련한 시간이다. 오감으로 잘 느끼는 게 공부의 출발점이다. 숲속에서 자세히 느끼는 시간을 갖고 일정 끝날 때 느낀 걸 서로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o:p></o:p>학생들에게 해줄까 하다가 말이 길어질 것 같아 못한 이야기를 쓴다.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로 기억한다. 왕이 책을 읽고 있는데 백성 하나가 왕에게 쓸데없는 책을 왜 읽냐고 말한다. 그 말을 듣고 왕이 화가 나서 그렇게 말하는 까닭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면 벌을 내리겠다고 한다. 그러자 백성이 자기는 대대로 소를 잡아 고기를 바르는 일을 하는 사람인데 칼을 어떻게 써야 뼈와 뼈 사이를 가르며 고기를 잘 바를 수 있는지를 자기 자식한테도 제대로 이야기해 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책은 제대로 된 지식을 담을 수 없으므로 책은 쓸데없다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책으로 아는 지식은 ‘죽은 지식’이라는 거다. 이 말을 듣고 왕은 이치에 맞는 이야기라고 인정한다.   <o:p></o:p>이 이야기 속에는 생각할 거리가 많이 담겨 있지만 한 마디만 말하자면 ‘말과 글과 책은 사실과 진실을 담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다르게 말하면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기도 하다. 느낌으로 정보를 얻고, 일을 하면서 느낌으로 얻은 정보가 더 깊어지고, 일을 반복하면서 나만이 알 수 있는 정보를 얻는다. 이때 나만이 알 수 있는 정보는 직관이나 통찰의 형태를 띠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없다. 다르게 말하면 세상을 겪으면서 얻은 ‘산 지식’은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없다. 따라서 공부는 책으로만 배워서는 안 되고 앞에서 말한 과정을 거치는 게 기본이다. 처음으로 외부 정보를 얻는 감각을 키우기 위해서는 감각교육과 표현교육이 꼭 필요하다. 대학입시와 시험에 몰리는 학생들에게 전환기교육이 필요한 까닭이다.   <o:p></o:p><table width="7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700" align="absmiddle" src="http://gsnews.or.kr/PEG/16220035436749.jpg"></td></tr></tbody></table> 배티를 넘어가자마자 발이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낙엽 쌓인 길이 나온다. 20분쯤 내려갔을까. 동쪽 숲이 구멍이 난 듯 햇살이 살짝 퍼지고 있는 조용한 숲이 나타난다. 그곳에서 잠시 저마다 마음이 가는 대로 자세히 보는 시간을 가졌다. 난 물이 흐르지 않는 개울가에 앉아 돌과 나무를 보았다. 개울은 두 갈래로 갈라져 있고, 돌들이 아무렇게나 마른 개울에 흩어져 있다. 개울가 나무들은 개울쪽으로 기울어져 양쪽 나무들이 서로 만날 것처럼 자라고 있다. 바로 앞 쪽동백나무 이파리는 간격이 넓게, 가냘프게 나 있다. 개울 저 건너편에 앉아 있던 학생이 다가오면서 땅벌에 쐴 뻔했다고 한다. 얼른 도망쳐 왔다고 한다.   <o:p></o:p><table width="7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700" align="absmiddle" src="http://gsnews.or.kr/PEG/16220035529326.jpg"></td></tr></tbody></table> 숲을 빠져나와 갈론 개울에서 학생들은 물수제비 놀이도 하고 개울에 몸을 담그기도 하면서 잠시 논다. 연하협에서 화장실도 가고 잠시 쉬었다가 다리를 건너 산막이옛길을 걸었다.   <o:p></o:p>선착장 부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니 아이들이 사라졌다. 한참 뒤에 커피를 가지고 와서 마시라고 준다. 커피를 마시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산막이옛길이 끝나고 여우숲길이 시작되는 곳에서 잠시 쉰다. 아이들 몇이 또 사라졌다가 나타난다. 군것질하러 갔다가 오는 모양이다.   <o:p></o:p>여우숲길을 걷는다. 김석규 선생님이 자꾸 멈춘다. 아마 길을 잘못 든 게 아닌가 걱정하는 모양이다.   <o:p></o:p><table width="7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700" align="absmiddle" src="http://gsnews.or.kr/PEG/16220035825970.jpg"></td></tr></tbody></table> 드디어 미루마을이 보이고 숲속작은책방이 나타난다. 인사를 하고 시원한 물 한 잔을 얻어 마신다. 잠시 앉아서 숲속작은책방 백창화 선생님 이야기를 들었다. “책방 느낌이 어때요?” “보통 책방 같지 않아요. 집 같아요, 도서관 같아요.” 백창화 선생님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외국에서 책마을을 보고, 사람이 떠나가는 시골에서 책방을 하면서 도시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는 마을을 만들고 싶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는데 증평공고 선생님들이 택시로 사기막리 마을회관으로 돌아간다. 함께 타야 했다. 학생들과 느낀 걸 나눌 시간은 없었다. <table width="7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700" align="absmiddle" src="http://gsnews.or.kr/PEG/16220035989391.jpg"></td></tr></tbody></table><div class="hwp_editor_board_content" id="hwpEditorBoardContent" data-jsonlen="40593" data-hjsonver="1.0"></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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