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규어로스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신께 감사한다." 가수이자 영화배우인 비요크가 한 말입니다. 그녀의 말처럼 시규어로스의 음악은 언어적 장벽을 넘어 사람의 심연에 파장을 일으키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규어로스는 북대서양 가운데 위치한 섬나라, 아이슬란드의 밴드입니다. 대부분의 국토가 화산과 빙하, 호수로 이루어져 다른 나라와는 다른 광활한 자연풍경을 가진 아이슬란드.. 시규어로스의 음악 안에는 그런 모습이 그대로 담겨져 있습니다. 실제로 본인들 역시 아이슬란드 자연풍경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언급한 바 있죠. 그들의 음악은 실험성과 이미지성이 돋보이는데 이것은 ‘노래 안에 메시지를 담기보단 어떠한 이미지를 구현시키려고 한다.’ 는 밴드 철학과도 관련이 있겠습니다. 이런 음악의 방향 때문인지 영국의 유명 밴드 라디오헤드의 톰요크는 “시규어로스는 라디오헤드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시규어로스의 노랫말은 아이슬란드어 혹은 시규어로스만의 언어 ‘희망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희망어는 보컬 욘쏘르 비르기손(욘시)이 직접 만든 언어로 사실 별다른 뜻 없이 음악에 맞게 음절을 배열시킨 것입니다. 이런 독특한 음색과 낯선 언어를 가진 음악임에도 시규어로스의 노래는 전 세계인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왔습니다.

1994년 결성된 시규어로스의 밴드명은 밴드 결성 당일 태어난 욘시의 동생 이름 Sigurrós에서 따왔으며 뜻은 ‘승리의 장미’라고 하죠. 그들은 1997년 희망이란 뜻의 앨범 ‘Von’을 발매했고 1999년 괜찮은 출발이란 뜻의 앨범 Ágætis byrjun을 발매하면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됩니다. 이 앨범은 보컬 욘시의 팔세토창법과 느리며 깊은 음색이 잘 어우러진 명반으로 평가됩니다. 그 후로도 시규어로스는 꾸준히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구현해 갔고 최근 증기롤러라는 뜻을 가진 6집 Valtari(발타리)를 발매했습니다.

위 영상은 시규어로스가 2006년 월드 투어를 마치고 자신의 고향인 아이슬란드를 돌며 공연한 영상을 다큐형식으로 묶은 Heima(헤이마)의 한 공연 장면입니다. 별다른 홍보 없이 시작된 자국 투어는 마을 회관, 어촌, 카페, 댐 건설 반대 현장 등에서 무료로 진행됐습니다. 시규어로스의 음악과 아이슬란드의 아름다운 자연풍경이 어우러진 이 다큐영상은 많은 이들에게 자극을 주었죠. 위 영상의 노래는 시규어로스의 음악 중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노래 Hoppipolla(호피폴라)입니다.(제목을 번역하면 ‘웅덩이로 뛰어들다’가 됩니다.) 영화 ‘바닐라 스카이’의 삽입곡으로 잘 알려져 있죠.

시규어로스는 얼마 전 구성원 중 수많은 작곡을 했고 천재로 불리던 캬르탄 스베인손이 탈퇴함에 따라 3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은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올해 5월 첫 내한공연까지 가졌습니다. ‘빛의 향연’ ‘미(美)의 이데아’ 등등으로 불리는 시규어로스의 공연은 그 순간만큼은 마치 다른 세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술적이라고 합니다. 시간이 된다면 그들의 공연을 직접은 아니더라도 검색과 영상을 통해 감상해 보는 것도 괜찮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