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야기를 하거나 뉴스를 보면 ‘좌우대립’이나 ‘진보와 보수’라는 말이 항상 나오는데 오늘은 과연 우리나라에 진정한 좌파와 우파, 또는 진보와 보수 세력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어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진보와 보수'의 기원(유래)

우리나라는 6.25전쟁, 북한과 대립 덕분에 '좌파와 우파'라는 명칭이 나쁜 어감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진보와 보수'로 바꿔 쓰는데, 사실 좌파와 우파는 나쁜 개념이 아니다.

좌파와 우파의 기원은 프랑스 혁명 이후 국민공회에서 급진개혁, 사회주의, 농민과 노동자, 빈민 등을 대변하던 자코뱅파가 왼쪽에, 온건개혁, 자유주의, 자본주의, 상공업자, 부자 등을 대변하던 지롱드파가 오른쪽에 앉은 것에서 비롯되었다. 즉, '좌파와 우파'는 정치성향을 뜻하며 그 정치성향을 실천하는 행동양식으로, 진보는 현재 체제를 바꾸고 개혁해 나가자는 뜻이고, 보수는 현재 체제를 지키자는 뜻이다.

여기서 체제는 단순히 정책만을 말하는 게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구조(전통포함), 권력구조(기득권), 경제구조(돈)를 모두 포함한다. 그러니 좌파와 우파 모두 행동양식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좌파에서도 진보와 보수가 있을 수 있고, 우파도 마찬가지다. 기본속성이 좌파는 진보이기 쉽고, 우파는 보수이기 쉬워 흔히 좌파진보(진보좌파), 우파보수(보수우파)라 말한다. 이걸 다시 줄여 ‘진보와 보수’라 말하는 것이다.

이상은 인터넷 검색에 나오는 내용을 줄인 것이고, 다음은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괴산군 선거사무소에서 우리지역의 원로께서 해주신 말을 내가 생각나는 대로 정리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진보와 보수를 나누어 말하는데 지금의 보수는 진짜 보수가 아니다. 소위 진보라고 말하는 정통야당의 유래를 잘 생각해 보면 지금의 야당이야말로 진짜 보수라고 말해야 한다.

지금 야당의 뿌리를 찾아가 보면 일제치하에서 숨어서 몰래 독립운동 하던 분들이 나온다. 일제의 강탈로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 목숨 걸고 독립운동 하던 우리 선조들이야말로 애국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진짜 보수이고 그 정신을 바탕으로 시작해 현대 정치에 와서 반일을 토대로 한 반제국주의 세력이 현재 야당의 토대라고 할 수 있기에 지금의 야당이야말로 참 보수인 것이다.

반대로 흔히 지금 보수라고 하는 집단의 전통을 살펴보면 일제치하에서 친일로 호의호식하고 해방 뒤 친미로 득세해 재벌이 되었거나 자본과 친한 성향을 가진 세력이라고 할 수 있기에 그들은 보수가 아닌 그저 자기들의 기득권을 누리고 지키기에 급급한 무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가 떠오른다. 괴산군수 보궐선거 운동기간 중 식당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하던 낯익은 지역 유지께서 나를 알아보시며 덕담과 함께 해주신 무용담 같은 말씀이다.

"요즘은 선거 운동하기가 정말 편해졌어, 내가 젊어서 야당 선거운동 할 때는 독립운동 하는 심정으로 숨어서 몰래 할 수밖에 없었지, 한번은 유세장에서 유세를 하는데 누군가 옆구리를 찌르는 거야, 나도 깡다구 하나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때라 그 사람 두 눈을 똑바로 노려보니까 조금 있다가 가더라구, 그런데 잠시 뒤 옆에 있던 사람이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내게 하는 말이 그 사람이 당신을 찌른 게 뭔 줄 아냐, 그건 바로 총이었다고, 나는 그저 손가락으로 위협하는 줄 알았는데 아마도 중앙정보부쯤에서 나온 요원이 까불면 죽는다고 겁을 주려 했던 모양이지, 난 그것도 모르고 같이 노려본 거야."

두 분의 말씀을 들은 지 시간이 꽤 지났고 두 분의 주관과 내 정확치 못한 기억력, 또 내 생각이 반영이 됐을 수도 있기에 위 이야기가 객관성이 있는 사실인지 또 논리를 갖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위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연 우리나라에 진정한 의미의 진보좌파나 보수우파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내 마음속에서 증폭하게 된 원인이 된 건 사실이다.

사전의 의미이거나 역사의 배경을 포함한 내용이거나 그게 우리 삶에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목적도 없고 밑도 끝도 없이 진보적인 사람은 무조건 빨갱이라고 욕하고, 전쟁 없는 평화를 얘기하면 좌파라고 우기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크고, 그런 이야기를 여과 없이 동조하며 떠들어 대는 쓰레기 같은 언론이 있음에 우리 사회의 다양성은 상실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정이라고 말하기도 힘든 박근혜 정권의 농단, 고귀한 생명들이 어둡고 차가운 바다 속에서 스러져가는 순간에도 제대로 된 구조 한 번 하지 못하는 이 무책임한 정부의 무기력함을 겪으면서 대다수의 국민이 추운 겨울 차가운 아스팔트에서 촛불로 불의에 맞서서 유사 이래 최초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인 무혈 시민혁명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국정파탄에 동조하고 방관한 자들이 호박에 줄긋기 하듯 이름만 바꾸고 버젓이 행세하며 국민의 뜻에 반해 또 다시 권력욕에 눈이 멀고 기득권 유지에 혈안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저들을 우파보수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극심한 자괴감이 든다. 더욱이 누구보다 많이 배우고 최고의 엘리트라고 자부하는 언론과 검찰 등의 어처구니없는 행태! 정경유착, 꼭두각시 언론, 시녀검찰... 과연 그들이 보수라고 자처하고 떠들면서 지키고자 하는 게 무엇일까?

반면 진보라고 자처하는 우리나라 야당의 행태도 그리 환영 받을 만하지는 못하다. 수의 열세와 워낙 강고한 기득권 세력의 힘, 그리고 변화에 대한 저항이 크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상황은 진정성이 결여된 그들의 목소리와 정책이 국민의 감동을 얻지 못해 이루어진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빛이 없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 희망 없이 하루하루를 견뎌내야 하는 대다수 국민의 신음소리를 제대로 듣기에는 그들의 귀가 너무 닫혀 있는 것은 아닌가?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 절체절명의 위기를, 나라를 다시 세우는 역사적인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부패와 특권이 사라지고 공정하고 희망이 꽃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안보라는 이유로 평화를 주장하는 세력이 빨갱이로 매도돼서는 안 되고,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망발을 몰아내야 하며, 경제발전이라는 이유로 약자가 소외되고 일방적인 희생이 강요되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 누구나 균등한 기회를 가지고 스스로의 미래를 개척하며 희망 있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이태백, 사오정, 3포세대 같은 가슴 아픈 신조어도 없어져야 하고, 가장은 돈 버는 기계가 아니라 가족의 일원으로 저녁을 함께 누리고 쉼이 있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극히 상식 있는 가치가 지켜져야 함은 물론 현장 노동자와 농민의 지위와 생활이 보장돼야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세상은 생각보다 정의롭거나 공정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정의로움과 공정함은 또한 주관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좀더 보편성 있는 정의와 공정함을 위해 법과 제도를 만들고 그것들을 지켜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끊임없이 나타나는 게 우리 삶, 더 나아가 역사가 아닐까?

결국은 사람이 문제다. 법과 제도를 만들고 그것을 지키는 것도 모두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이 먼저인 세상,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세상을 어느 개인이 혼자서 만들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에서 나온다.

우리가 가진 권력을 적극 발휘해 제대로 된 심부름꾼을 만들어 내는 것부터가 출발이다. 그리고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감시하며 우리가 뽑은 머슴이 제대로 일을 하는지, 주인을 제대로 섬기고 주인의 말귀를 제대로 알아듣는지 끊임없이 소통하고 참여해야 한다.

뜬금없는 이야기가 되어 버렸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좌우, 보수와 진보가 문제가 아니다. 국가와 시대를 막론하고 지킬 것은 지켜야 하고 바뀔 것은 바뀌어야 한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인간의 가치와 생명의 존엄성이 인정받고 사람이 사람과 어울려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로 나아가야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지키고 또 바꿔가며 이루어야 할 세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