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3일 더불어민주당에서 농정공약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기에 들렀다. 이 자리에서 생각나는 대로 몇 마디를 했는데 잊기 전에, 또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한 부분은 보완해서 적어둔다.

난 사회학을 공부한 적도 없고, 계층이론도 모른다. 하지만 사회를 좀더 좋게 바꾸려고 일을 벌이고 현장에서 부닥치고 깨지면서 몸소 깨달은 게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 사회의 구조에 관한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 사회는 4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층마다 사람과 조직이 살고 있는데 그 면면을 살펴보면 이렇다.

1층은 그냥 먹고 사는 대중, 먹고 살면서 주변과 소통하면서 생긴 친목회나 학연 지연 혈연으로 얽힌 조직 들이다.

2층은 사회의 잘못을 바꾸기 위해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든 조직 들이다. 예를 들면 노동운동이나 농민운동 같은 권익을 위해 싸우는 단체나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들어가는 시민운동 단체 들이다.

3층은 민과 관이 협력해 만든 민관협력조직이다.

4층은 관 조직이다. 모든 법과 제도의 뒷받침을 받아 예산을 집행하고 책임지는 공식조직이다.

좀더 구체로 내가 겪은 이야기를 하면 이렇다. 98년 귀농해서 그 이듬해 귀농자모임을 만들었다. 1층이다. 그러다가 2007년 11월 18일 전국귀농운동본부 괴산귀농지원센터를 만들었다. 2층이다. 2011년 조례를 제정하고, 2012년에 예산에 반영해 2013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3층이다. 4층은 괴산군이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사회의 구조에 대한 이해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려면 2층과 3층을 채워야 하는데 2층과 3층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위에서 든 예를 보더라도 1층에서 2층을 올리는 데 8년이 걸렸다. 2층에서 3층을 올리는 데 5년이 걸렸다.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린 까닭은 4층이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층은 밑에서 올라가고 위에서 내려오는 게 만나서 이루어지는 층이다. 지역의 특수성이 있겠지만 순전히 아래의 힘으로 이루려고 하니까 힘이 많이 든다.

3층을 제대로 세우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민과 관이 서로 합리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둘째, 민과 관이 서로 믿어야 한다.

셋째, 자주 만나 소통하고 토론해야 한다.

넷째, 법과 제도를 존중하면서 실무를 풀어나가야 한다. 물론 잘못된 법이나 제도는 고쳐가면서. 그러려면 참을성이 필요하다.

올해에는 곳곳에서 촛불혁명의 기운을 받아 2층과 3층을 튼튼히 하면 좋겠다. 1층이 나무의 뿌리라면 2층과 3층은 줄기가 된다. 줄기가 튼튼해져서 뿌리로 올라오는 물과 영양을 위로 잘 공급해주면 4층은 잎과 꽃과 열매를 활짝 맺을 것이다. ‘4층나무’의 싱싱한 푸른 잎이 하늘을 가리는 모습을 그려본다. 새해 새날 아침 뜬금없이 상상해보는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