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3일 여야는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4·13 총선의 선거구 획정 기준안에 최종 합의했다. 핵심은 지역구 수를 현행 246석보다 7석 늘어난 253석으로 하고, 비례대표는 47석으로 줄이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 인구기준일은 지난해 10월 31일이며, 인구 하한과 상한은 각각 14만 명과 28만 명으로 제시됐다.

이날 합의는 헌법재판소가 2014년 10월 30일 내린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고모 씨 등 6명(정의당 당원)이 "강남갑 유권자의 투표가치가 영천 유권자의 1/3에 불과해지면서 평등권이 침해됐다"는 이유로 공직선거법 제25조 제2항에 의한 선거구 구역표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인구 편차가 3 대 1에 달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6 대 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또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현행 3 대 1에서 2 대 1 이하로 바꾸라며 입법기준을 제시했다. 또 선거구 구역표 개정 시한을 2015년 12월 31일로 정했다.

이런 결정들로 우리 괴산군이 문제가 되었다. 충북의 남부3군인 옥천, 보은, 영동군이 인구를 다 합쳐도 선거구 하한선인 14만 명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괴산군의회(의장 박연섭)는 2월 19일 의원정례간담회를 마친 뒤 ‘국회의원 선거구 괴산군 남부3군 편입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괴산군의회는 괴산과 남부3군은 역사의 배경이나 자연환경, 지리 여건, 주민정서 등 모든 면에서 전혀 다른 지역으로 선거구 통합 논의는 부당하며 통합 명분을 찾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선거구 획정은 인구, 면적, 자치단체 수, 토지필지 수, 문화와 지리적 접근성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헌법 정신인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룰 수가 있고, 도시와 농촌의 국회의원 간 행정편차를 줄이며, 지역의 대표성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선거구제와 관련해서 2014년 10월 30일 헌재의 판단, 2016년 2월 23일 여야의 합의, 2016년 2월 19일 괴산군의회가 발표한 ‘괴산군 남부3군 편입 반대 성명서’  등 논란에 대해서 우리의 관점을 제시한다.

1. 2014년 10월 30일의 헌재 판단은 역사의 진전에 따른 결정으로 볼 수가 있고, 다른 나라의 경우를 참고하더라도 합리적인 판단임을 알 수가 있다.

2. 2016년 2월 23일 여야 합의는 다음의 문제를 갖고 있다.

① 우리나라 소선거구제는 지역분열을 조장하는 선거구제이다. 따라서 여야는 정쟁을 넘어 지역분열을 극복할 수 있는 선거구제를 입법해야 한다. 즉 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꿔야 했다.

② 우리나라 선거구제는 정당득표율과 의석수가 비례하지 못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 예를 들면 2012년에 열린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수를 계산해보자. 의석수를 300석으로 보고 정당득표율을 계산해보면 새누리당 42.8%(128석), 통합민주당 36.45%(109석), 자유선진당 3.23%(9석), 통합진보당 10.30%(30석)가 된다. 하지만 결과는 새누리당 152석, 통합민주당 127석, 자유선진당 5석, 통합진보당 13석이다. 즉 새누리당은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수보다 24석, 통합민주당은 18석이 늘고, 자유선진당은 4석, 통합진보당은 17석이 준다. 이런 걸 보고 정당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라고 불러야 할까? 정당득표율과 의석수가 완전히 비례하지는 못한다고 할지라도 어느 정도는 이런 불균형을 고칠 수 있도록 여야는 선거구제 개혁을 해야 했다.

3. 2016년 2월 19일 괴산군의회가 발표한 ‘괴산군 남부3군 편입 반대 성명서’는 지역 정서로 볼 때 당연한 지적이다. 공직선거법 제25조 1항에도 국회의원지역선거구는 시, 도의 관할구역 안에서 인구, 행정구역, 지세, 교통, 기타 조건을 고려하여 획정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괴산군이 생활권이 완전히 다른 남부3군에 편입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결국 현실에서는 자기 목소리를 얼마나 세게 내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고, 그런 힘의 논리에 가뜩이나 어려운 농촌주민을 밀어 넣은 정치권의 반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