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 농사꾼이 하는 일 가운데 가장 큰 일은 풀을 잡는 일입니다. 여기저기 돌보지 못한 밭을 쑥, 개망초, 명아주 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7월 30일 선거를 보면서 저는 ‘쑥밭’을 생각했습니다. 어찌 보면 ‘쑥대밭’이란 표현이 더 정확한지 모르겠습니다. 쑥밭보다는 쑥대밭이 더 처참한 느낌이니까요.

선거가 끝나고 여기저기서 선거에 대한 비평을 신문이나 방송이 싣고 있습니다만 뭔가 속이 시원하질 않습니다. 플은 낫으로 베든지, 호미로 뿌리를 뽑든지 해야 하는데 그런 이야기로 느껴지는 게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정치를 모르는 농사꾼이지만 농사꾼의 눈으로 보는 정치에 대해서 한 마디 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풀을 낫으로 베는 것과 같은 정책이 있었는가?

이번 선거에서 호미로 플 뿌리를 뽑는 것과 같은 정책이 있었는가?

세월호는 우리에게 정치가 해야 할 일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임을 새삼스레 일깨워 주었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정치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실천과 전망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이 광화문과 국회에서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쉬면서 치료받아야   할 사람들이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정치가는 국민에게 이렇게 외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여러분은 쉬십시오. 치료받으십시오. 저희가 단식하겠습니다. 저희가 유가족이 바라는 '세월호 특별법'을 위해 싸우겠습니다. 저희가 해결하지 못하면 국회의원을 그만두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건 없습니다.

그 밖에도 국민의 안전한 먹을거리와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쌀 개방을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밀양 송전탑 문제에 앞장서겠습니다. 고리원전 1호기도 위험합니다. 저희가 앞장서겠습니다!

공공재산을 사유화하고 영리화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정책도 앞장서서 막겠습니다!

강정 해군기지 문제도, 한미일 미사일방어체제로 들어가서 분단을 유지하는 문제도 어떻게든 해결해서 통일국가를 이루는 쪽으로 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국회에서 싸울 인물을 공천하겠습니다. 지역에서 그런 인물을 추천해주십시오. 그러면 정당을 넘어, 생명과 안전에 가장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젊은 사람, 여성 중심으로 15명 전원을 공천하겠습니다!”

정치가가 이렇게 방향을 잡고 녹색과 진보를 아울렀다면 비록 호미로 풀 뿌리를 뽑는 정책은 되지 않더라도 낫으로 풀을 베는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