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 괭이로 줄 구덩이를 파고, 거름을 넣고, 흙을 덮고, 감자 씨를 넣고 그 위에 흙을 덮었습니다. 5월 초에 호미로 풀을 잡고 괭이로 북을 주고, 5월 말에 또 호미로 풀을 잡고 괭이로 북을 주었습니다.

제가 감자 가꾸는 방법입니다.

5월 말에 감자밭을 매는데 감자의 넓은 이파리 밑에 가느다랗게 키만 훌쩍 큰 풀무더기가 보였습니다. 마치 바늘이 나란히 서서 노란 우산을 쓰고 있는 것처럼 늘씬하고 멋있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 풀무더기를 보다가 갑자기 며칠 전에 누가 했다는 ‘미개인’ 말이 떠올랐습니다.

웃자란 풀이 땅에 납작하게 엎드린 풀에게 우쭐대면서 말합니다.

“미개인 같으니라구. 내가 자랄 때 너희는 뭐 했냐?”

하지만 그 풀무더기를 자세히 보면 이파리가 노란 게 힘이 없어 보입니다. 널찍한 감자 이파리 그늘 밑에서 햇빛을 못보고 자라 뿌리도 깊게 내리지 못했습니다. 이 풀무더기는 두 손가락만으로도 살짝 잡아서 ‘쑥’ 뽑으면 그냥 힘도 없이 ‘쓰윽’ 뽑힙니다. 반면에 땅에 납작 엎드린 짙푸른 ‘미개인’ 풀은 가물 때일수록 더 단단하게 흙을 부여잡고 있어서 호미로 캐도 잘 안 뽑힙니다.

‘미개인’ 풀이 웃자란 풀에게 웃으면서 말합니다.

“내가 미개해서 좋지?”

따지고 보면 우리 국민은 미개하지 않습니다. 우리 국민을 미개하게 만들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입니다. 그 사람들은 우리 국민을 미개인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합니다. 80년대에 3ㅅ정책이 그 하나입니다. 3ㅅ이란 섹스, 스포츠, 스크린입니다. 여기에 교육과 언론을 더해야 합니다. 아이들을 입시감옥에 가두고, 언론을 길들여서 국민이 바른 정보를 얻지 못하도록 합니다. 그래야 권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웃자란 풀무더기가 하는 짓거리입니다.

하지만 웃자란 풀은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합니다. 열매를 제대로 못 맺으면 씨가 부실하고, 부실한 씨는 다음해에 싹이 트지 못합니다.

장일순 선생님은 노자이야기에서 여러 차례 이야기합니다.

“도(道)가 아니면 오래가지 못한다.”

저는 이렇게 이야기하겠습니다.

“웃자란 풀은 씨를 맺지 못한다.”

눈앞의 현실하고는 안 맞는 이야기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