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스시를 시킨 사내는 배달이 도착하자 자신이 시킨 음식을 배달청년 얼굴을 향해 욕설과 함께 던졌다. 청년은 배달이고 뭐고 다 벗어던지고 맞장을 뜨고 싶었지만 그는 고용된 몸이다. 배달 업체와 계약된 식당 양쪽 모두에 피해가 갈 수 있는 감정표현은 금물이다. 청년은 견딜 수 없는 상황을 견뎌냈다. 그 순간 청년의 감정과 생각은 제거되어야 했다. 많은 사람들은 견딜 수 없는 것들을 견디어 내는 대가로 먹고 산다. 청년이 한 건을 배달하고 받는 돈은 3천 원 남짓이다. 그가 받는 돈으로 그런 수모를 견디기엔 형벌 같은 밥벌이이다. 목까지 올라오는 화를 참고 누르며 죄송하단 말을 연발하며 청년은 가게로 돌아왔다. 그 이야기를 들은 요리사는 참을 수 없는 모멸감으로 그날 가게 문을 닫았다.

가난한 사장은 인건비를 감당 못해 혼자 주문과 요리, 재료손질, 청소까지 다 하느라 주문이 조금만 많아지면 제때 음식이 나가기가 쉽지 않다. 특별히 신선한 재료에 신경을 많이 쓴 탓인지 단골손님이 많은 편인데, 대부분의 손님들은 괜찮다며 기다려준다. 그러나 이런 ‘진상’손님 때문에 아들은 기운이 다 빠진다. 정작 아들은 한 끼 식사도 제대로 못 먹으며 주방에서 ‘진상’손님이 뱉어낸 욕지기로 배를 채우며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빠른 서비스는 결국 넉넉한 자본이 만들어낸다. 그 속에는 더 많은 인원과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가능하다. 영세 자영업자가 대자본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손님은 그냥 주문하고 그냥 불평한다. 불평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작은 가게 문을 두드릴 때에는 조금만 마음을 내어주면 어떨까 한다. 덥고 습한 날들, 맘에 안 드는 상황을 만날 때 그럴 이유가 있었겠지 라고 한번만 생각하면 어떨까한다.

자신이 시킨 음식을 던진 사내는 어디서 화와 모멸감을 가져왔을까 생각해본다. 화의 순환은 약하고 낮은 자리로 이동하며 세상을 버겁게 만든다. 그 사내는 오늘 또 누굴 향해 화를 던지며 그의 밥벌이를 하찮은 것으로 만들고 있을까?

(20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