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나의 안부를 묻지 않는 날들을 지내다보면, 그런 날들이 길어지다 보면 쓸쓸한 기운이 내 몸을 칭칭 감는 듯 느껴진다. 둘러보면 모두 사느라 바쁘다. 가까이 사는 아들은 1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지만 얼굴을 보는 건 아주 힘들다. 스시집을 낸 후로 아들의 시간은 가게 안에 머물러 있다. 23살 젊은 청춘이 햇볕 한 번 올려다보지 못하고 캄캄한 밤까지 5평 남짓한 사각공간에 갇혀 지낸다. 아들의 일상은 재료를 구하고 준비하고 손님을 맞고 음식을 만들고 정리하고 그리고 쓰러지는 일로 마무리된다. 그 순환 속에 엄마가 들어갈 틈은 없다. 자신의 삶은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 아들은 그 어떤 도움도 요구하지 않는다. 설거지도 청소도 빨래도 모두 거절당한 나는 가끔 지인들이 오면 손님처럼 스시를 먹으러 가는 일로 아들의 얼굴을 본다. 하지만 고된 노동으로 지친 아들이 만든 음식을 먹는 일은 쉽지 않다.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 등 식사시간엔 주문이 많아 아들 가게에 가는 일을 피한다. 어느 날 주문이 적은 시간에 세탁한 빨래를 들고 갔다. 아들은 수북하게 쌓인, 손님들이 먹고 간 음식 냄새 잔뜩 나는 접시들 속에 파묻혀 잠들어 있었다. 나는, 그날 새벽까지 몸을 뒤척였다. 통화도, 카톡도 쉽지 않은 아들의 생활을 나는 그냥 바라볼 뿐이다. 그리고 아들은 나의 걱정을 걱정한다.

며칠 전 팔순이 넘은 엄마가 기운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로 전화를 하셨다. 노환에 치매까지 온 아버지를 살피느라 엄마의 삶 또한 아파트에 갇혀 있다. 평소엔 아들 힘들까 봐 부탁하지 않았는데, 언제까지 사실지 알 수 없는 아버지를 위해 아들의 스시를 갖다 드리기로 했다. 두 분은 아들이 만든 스시를 유난히 잘 드신다. 아들에게 부탁을 해놓고 아들가게로 차를 가지고 갔다. 아들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입구에 차를 두고 잠시 병원을 들르고 아들이 먹을 김밥과 커피를 사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그런데 커피 값을 계산하느라 가방을 여니 핸드폰에 불이 들어오고 있었다. 아들이었다. 아들은 다짜고짜 화를 냈다.

“왜 전화를 안 받아요? 지금 어디예요?”

확인해 보니 아들의 부재중 전화가 여러 번 와 있었다. 병원에서 무음으로 해놓고 바삐 다니느라 폰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평소에 전화를 하지 않고, 카톡도 보지 않던 아이가 왜 전화를 안 받냐고 하니 이상했다.

아들은 20여분 전에 가게 앞에서 사고가 났는데 구급차가 오고 난리가 났단다. 일하느라 조금 후에 나가보니 경찰차, 구급차는 가버렸는데 엄마가 차만 두고 사라져서 혹시 사고로 병원에 실려 갔을까 걱정했다는 것이다. 전화도 안 받으니 더욱 걱정이 되었다는 아들의 얘길 듣고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스시를 차에 싣고 엄마 집으로 가는 길에 운전을 하면서도 실실 웃음이 났다. 안부를 묻지 않는다고 쓸쓸해했던 내 몸이 꽃처럼 피어나는 시간이었다.

201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