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자고 일어나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아직 더 자도 되는구나.’

다시 한숨을 자고 일어나보니 새벽 2시.

그 다음 새벽 3시.

1시간 간격으로 잠이 깼다.

진도 팽목항으로 향하는 날이었다. 몸도 마음도 긴장하고 있었나보다.

5월 25일, 어둑어둑한 새벽 어스름 속에 팽목항으로 향했다. 5시간을 넘게 달려 진도에 다다랐다. 진도대교를 건널 무렵부터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바람과 함께 떨어지는 세찬 빗방울을 닦아내는 와이퍼 움직이는 소리가 요란했다.

▲팽목항으로 가는 길, 차창을 때리는 빗방울이 마음을 적신다.

먼저 진도실내체육관의 위치를 파악하고 팽목항으로 향했다. 기사에서 알려진 대로 진도실내체육관부터 팽목항까지는 차량으로 부지런히 달려도 30분은 걸리는 거리였다.

“이렇게 거리가 멀다니 말이 안 되네!”

우리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이 길을 달려가며 이제는 ‘유가족’이 된 사람들과 현재도 여전한 ‘실종자 가족’들은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을까. 그 고통의 깊이를 가늠해보려는 것조차 죄스러운 길이다.

▲팽목항 전경. 이 곳에서 배로 약 40분 떨어진 곳에 세월호가 잠겨있다. 그 안에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16명의 실종자가 남아있다.

▲방파제에 걸어놓은 수많은 노란 리본. 어서 돌아오기를 바라는 가족과 방문자의 절절한 문구가 적혀 있다.

팽목항에 도착했다. 우리는 주차장에서 방파제까지 1km 정도 되는 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경찰이 곳곳에 보였고 길가에 천막이 즐비했지만 사람들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등대가 서 있는 방파제를 따라 걸었다. 천막 안에서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극락왕생을 비는 목탁과 염불 소리가 흘러나왔다.

▲조계종이 마련한 법당에서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예불을 드리고 있다.

팽목항 난간에는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이 쓴 수많은 노란 리본이 걸려 있다.

‘어서 돌아와, 엄마 품으로 어서 돌아와’

라고 적힌 리본은 한 걸음 뒤에

‘00야, 엄마 아들로 와주어서 고마워, 사랑해’

로 변해 있다.

한 걸음의 간격 속에 들어있을 천 걸음, 만 걸음의 절망과 비탄을 생각해본다. 세찬 비바람이 노란 리본을 거세게 흔들어대며 그 고통을 말해주었다.

▲돌아오지 않는 자식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며 자식이 좋아했던 과자와 음료수를 방파제 난간에 올려 놓았다.

이것이 예상할 수 없었던 자연재해였다면 사람의 목숨을 삼켜버린 바다가 미웠을 것이다. 하지만 팽목항 앞에서는 바다를 미워할 수 없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생명, 그 가족의 삶, 이것을 지켜보는 국민의 염원을 삼켜버린 것은 사람을 잊은 사람과 사회이기 때문이다.

▲실종자 가족을 지원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천막

팽목항은 현재 많은 수의 가족과 자원봉사자가 빠져나간 상태이다. ‘가족대책본부’라고 적힌 천막도 침묵 속에 덩그러니 서 있을 뿐이다. 그러나 여전히 가족을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이 20분 간격으로 체육관과 팽목항을 오가는 버스를 타고 팽목항을 찾는다. 남아 있는 실종자를 모두 찾을 때까지 팽목항은 여전히 2014년 4월 16일에 멈추어 있으리라.

▲이제는 영영 못 만날 자식을 기리며 쓴 부모의 절절한 글.

어느 한 사람이 사라졌다는 것은 어느 한 우주가 사라졌다는 것과 같을 것이다. 사라진 그 사람과 똑같이 생긴, 똑같은 옷을 입은, 똑같은 음식과 책과 영화를 좋아한, 똑같은 가족을 가진 사람은 없다. 오직 그 한 사람뿐이다. 그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