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도나루학교 학생 23명과 교사 8명은 자매학교인 덴마크 토르스가르드 애프터스콜레에 2주 동안 국제교류 여행을 다녀왔다. 국내 최초로 세워진 공립 1년 과정 애프터스콜레로서 덴마크의 애프터스콜레협회에 교류를 요청해 성사된 것이다. 이미 4년 전에 충북도교육청 교사연수프로그램으로 선생님 한 분이 3개월 동안 덴마크에 머물면서 토르스가르드 애프터스콜레 교장선생님과 친분을 쌓았기 때문에 국제교류를 쉽게 추진할 수 있었다. 마침 2023년에 국가보훈부의 6.25전쟁 참전국 방문단 공모사업에 목도나루학교가 선정돼 인솔교사 9명의 체류비와 항공권은 지원받았다. 코펜하겐의 덴마크 한국대사관에 설치된 6.25전쟁 의료지원단 병원선 유틀란디아호 기념관을 방문하고 덴마크 국민에게 감사를 표하는 행사를 계획한 것이다. 물론 출국 전에 학교에서 사전교육을 하고 국내의 보훈시설을 방문하는 행사까지 하면서 한-덴마크 우호 증진의 역사를 공부했다.
한-덴마크 국제교류는 두 교사가 6월에 사전답사하고 9월에 학교 교사/학생 사이의 온라인 미팅으로 시작되었다. 2학기에 채용된 영어교사와 국제교류업무담당교사 3명이 덴마크쪽 교사 두 명과 긴밀하게 협의해 모두 여섯 차례 온라인미팅을 준비했다. 한국과 덴마크의 문화를 이해하고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언어와 인터넷망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학생 사이에 친밀감이 생기고 만남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한국 학생 중에는 온라인 미팅에 참여하면서 영어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자청해서 영어 선생님에게 저녁 시간에 과외를 받기도 했다.
마침내 11월 26일 일요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다음 날 아침에 덴마크 올보르 공항에 도착한 31명(학생23, 교사8, 교장1)은 호브로 기차역까지 마중 나온 앤 선생님의 안내로 대형버스를 타고 토르스가르드 애프터스콜레에 도착했다. 1980년대에 농장이었던 곳에 학교를 세우고 학생 100여 명이 해마다 1년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첫눈에 보기에 푸른 초원에 말이 뛰놀고 있는데 승마가 중요한 과목이라고 하고 학생이 자기 집에서 가져왔거나 학교에서 키워서 빌려준다고 한다. 교사 중에도 농장을 차려서 말을 키우거나 대도시 사람의 말을 보살피는 부업을 하는 분이 많다고 한다. 박근혜 정권 시기 최순실 딸 정유라 씨가 말을 타러 왔던 지역일 정도라고 하니 학교에서 지역의 특성을 살린 점이 인상 깊었다.
도착하기 전부터 계속 비가 내리는 날씨라고 들었는데 학교에 머무르는 일주일 내내 비가 왔다. 앤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이전에 없던 이상기후라고 한다. 기숙사 방에 짐을 풀고 하루 동안 휴식을 취한 뒤 저녁을 덴마크식으로 성대하게 대접받았다. 학생들은 긴 비행으로 지친 때문인지 점심때부터 나오는 메뉴가 빵, 치즈, 햄, 요구르트 일색이어서인지 식사에 관심을 별로 보이지 않았다. 환영식을 진행한 식당 홀 중앙에는 북유럽신화에서 생명의 나무라고 하는 ‘이그드라실’을 기둥으로 세우고 그 위에는 오딘에게 지혜를 가져다준다는 까마귀 두 마리가 장식되어 있었다. 북유럽신화 이야기를 아는 체하니 앤 선생님이 반가워하신다. 둘째 날부터 애프터스콜레의 일정에 맞추어 아침 식사, 아침 열기, 수업, 학교 주변 지역탐방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한-덴마크 학생들을 일대일 또는 소모임 단위로 짝지어 다니게 했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학생들이 적응할 수 있었다. 영어 소통이 어려울 때 한국인 교사 두세 명이 통역을 맡아서 도움을 주었다. 한국 학생들은 제기차기, 공기놀이, 윷놀이,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게임을 서툰 영어로 설명하면서 진행했다. 덴마크 학생들이 준비한 게임, 댄스, 밴드연습, e스포츠에 모두가 즐겁게 참여했고 얼굴 그리기와 연극놀이 수업도 재미있어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여유 있고 행복한 토르스가르드의 수업분위기를 부러워했다.
한편으로 국제교류를 내년에도 계속 추진하기 위해서는 서로 전망과 목표를 공유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교장/교감 선생님과 간담회를 갖고 토르스가르드 애프터스콜레에 대해 좀더 깊이 이해하려고 시도했다. 덴마크 토르스가르드 애프터스콜레에서는 전환기 교육의 목표를 “세계를 좀더 잘 알고 스스로 할 일을 찾는다.”로 제시하고 있어서 놀랐다. 목도나루학교는 “나를 발견하다. 세상을 만나다.”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토르스가르드 애프터스콜레는 최근 젊은이들에게 나타나는 ‘나 중심주의 self-centeredness’를 경계하고 오랜 전통인 민주주의를 최고의 중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고 하니 부러웠다. 또 생태 가치를 중심으로 지속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큰 관심을 갖고 창의성creativity과 학습역량academic learning을 강조하고 있어서 좋은 파트너를 만난 느낌이었다. 목도나루학교 교장과 교사는 인근 도시인 스칼스SKALS의 애프터스콜레를 방문해 국제교류 파트너를 하나 더 확보했다. 덴마크 전통에 따라 민주주의, 창의성,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면서도 자기주도학습 역량을 키우기 위해 영국 캠브리지대학의 수학과 과학 프로그램을 공부하는 곳이었다. 학생 160명 중 30명이 외국 거주 경험을 갖고 영어로 강의하고, 국제교류프로젝트팀이 미국, 영국, 한국을 방문한다. 한국은 2022년부터 방문하고 있는데 한류 문화의 인기 때문에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4월에 2주 동안 방문한다고 한다. 2024년 4월 9일에 방한할 계획인데 이때 3박4일 정도 목도나루학교를 방문하는 일정에 대해 합의하고 간담회를 마쳤다. 목도나루학교 학생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방문이 되도록 준비해야겠다. 이제 국제교류에서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준비한 것은 홈스테이였다. 금요일 오후에 덴마크 부모님들이 자녀를 데려가면서 한국 학생 두 명씩 홈스테이하러 같이 가서 일요일 오후에 돌아오는 방식이다. 덴마크 가족문화까지 경험하는 좋은 계기였지만 어떤 한국 학생은 말도 안 통하고 음식도 안 맞고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는 힘든 고역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대체로 환대받고 즐겁게 지냈고 멋지게 지은 중산층 이상의 주거문화와 여가생활이 어떤 것인지 경험한 듯하다. 다만 덴마크 학생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같은 수준의 홈스테이를 대접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홈스테이 이후 좀더 자유롭게 덴마크 사회와 인근 국가(독일)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소모임 자유여행을 일주일 동안 할 수 있었다. ‘자유여행’이라는 명칭은 학생들이 스스로 일정을 짜고 백오십만 원 정도의 비용도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어서 붙인 것이다. 그런데 일부 학생들은 유명한 곳을 찾아 사진을 찍는 관광프로그램으로 이해하거나 여유와 휴식을 찾는 계기로 삼으려는 경향도 나타나서 동행하는 교사를 당황하게 했다. 개개인의 성향이나 요구가 다르다 보니 그런 취지를 가진 학생들이 모여서 네 명씩 여행팀을 구성하고 스스로 일정을 계획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여행 후에 높은 만족도가 나온 것을 보면서 학생 부담액을 늘이더라도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좋다는 식으로 교사들 의견도 모아졌다.
목도나루학교에 돌아와서 학부모와 내외빈을 모시고 국제교류 공유회를 성대하게 마쳤다. 당장 2월 말에 답방을 오시는 토르스가르드 애프터스콜레 교장선생님과 앤 선생님에게 한국의 공교육과 공립대안교육의 상황을 보여드리고 2024년 국제교류계획을 확정하는 일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국제교류를 통해 여전히 걸음마 단계인 한국 전환기교육의 위상을 높이고, 학생들에게 다문화 감수성과 세계시민 의식을 갖게 하고, 목도나루학교의 이미지까지 개선한다는 목표를 얼마나 달성할 수 있을까? 줄어든 학교예산과 인력을 가지고 새롭게 들어오는 학생들과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자고 목도나루학교 교직원의 의지를 모으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당장 홍보부족 때문에 2024년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 지원신청서 접수기간을 1월 3일까지 연장해서 받고 있으니 전환기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과감하게 도전하려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교를 방문해 주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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