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7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증평도서관에서 괴산증평지역 청소년과 교사, 학부모 열 세 명이 모여 청소년 인문학 교실을 시작했습니다. 강사는 대전에 살고 있는 이우진 박사입니다. 이 박사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을 졸업하고 여러 대학에 출강하는데 우리 지역 청소년에게 교육기부 형태로 인문학 강의를 1년 동안 해주기로 했습니다.

혼란한 시대일수록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과 선의를 믿고 스스로 삶을 성찰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맹자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쉽게 말해서 양심이 살아 있음을 믿는 것이 중요한 시대라는 자각에서 출발하려는 것이지요. 처음부터 이런 목표를 분명하게 세운 것은 아닌데, 첫 강의를 시작하면서 그리고 나눠준 교재를 보면서 맹자 학습의 목표가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교재 머리말에 나온 대로 "스스로를 귀한 존재로 자각하자. 그리고 남에게도 그렇게 대하자."를 이번 청소년인문학 교실의 목표로 삼아도 좋겠다고 생각해보았습니다.

강의는 유학을 주창한 공자, 맹자, 주자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했습니다. 공자가 요순시대와 주나라의 예법을 복원하려고 시도했는데, 요순이란 동이족의 왕으로서 우리 민족을 가리킨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공자의 업적이라면 주나라 예법의 핵심 인물인 유자(儒者)의 임무와 역할을 "기우제를 담당하던 무당에서 정치, 교육, 도덕을 담당하는 선비"로 격상시킨 것이라고 요약했습니다.

맹자는 공자의 적통을 잇는 학자라고 지금 이야기 되지만, 후한시대 이전에는 순자(성악설/ 신상필벌의 주창자)가 더 존중을 받았다고 합니다. 혼란기인 후한 말기에 와서, 성선설을 내세운 이상주의자이며 낭만주의자로서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는 맹자를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맹자를 가장 크게 부각시킨 학자는 거란족과 여진족에 의해 위협을 받던 송나라 학자 주희(주자)이며, 주자가 정립한 사서오경 학습체계가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우진 박사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이 다수인 까닭에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한 설명까지 자세하게 다시 해주었는데, 대학생 대상으로 강의만 하다가 다소 당황스러우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설명이 어렵지 않다고 해서 본교재 학습으로 넘어갔습니다.

이날 배포한 교재에는 맹자의 ‘권도론’을 소개했는데, 원칙을 고수하는 원칙주의자와 상황에 맞는 원칙(時中之道)을 주장하는 중도주의자의 사례로서 조선시대 선비 이상헌과 최명길을 들어 설명했습니다. 맹자가 말하기를 그 당시 예법과 어긋나지만 형수가 물에 빠지면 손을 잡아서 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는데, 최명길의 청나라에 대한 항복주장이 그것과 같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최명길은 항복을 주장하는 것이 자신의 명예, 목숨을 거는 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종묘사직과 백성의 안위를 위하여 화해와 항복을 주장했다고 합니다. 또 이후 명나라에 편지를 보내 전후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밀사파견과 명나라와 제휴를 추진한 임경업 장군을 옹호하는 등 일관성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에 대비하여 김상헌은 오랑캐에 굴복할 수 없다는 주장을 했지만 삼전도에 항복하러 나가는 왕을 따라가지 않았고 자살을 기도했다지만 전후사정이 불투명한 점이 있는데, 이후에 송시열등 노론에 의해 영웅으로 추앙받은 측면이 있다고 합니다.

결론으로 최명길 자신이 말하는 바이기도 하지만, 양심에 따라서 말하고 행동할 뿐 눈치를 보거나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거지요. 이런 교훈에 비추어 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를 규정하자면,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방법을 체득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독일의 학교교육이 이런 교육철학을 실현하려고 노력한다고 하면서, 영상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프로젝터 장비가 갑자기 고장이 나는 바람에 다음 기회에 보기로 했습니다.

이후 11월 1일에는 맹자의 성선설을 중심으로 공부하되, 우리나라 역사상 인물로서 조선말기 유학자 송시열 선생과 동학 교주 최제우, 최시형을 비교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당일에는 증평도서관이 아니라 괴산군 청천면 무릉리와 화양동에서 야외수업을 진행합니다. 소풍을 겸한 것이지만, 희망하는 분이 많을 경우 1박 2일로 프로그램을 확장할 계획도 있습니다.

청천면 무릉리는 동학교주 최시형 선생이 은거하며 저술과 포교활동을 하던 유적이 있는 곳인데, 1894년 11월 3일 괴산군 동학농민군이 일본군과 싸워 물리친 날을 기념하는 행사도 간략하게 가질 계획입니다.

청주와 괴산증평지역의 학교와 매체에 행사를 홍보할 계획입니다. 학생과 부모님, 교사, 지역인사가 함께 참여하는 행사로 하려고 하오니 많이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어른은 참가비 1만 원, 학생은 무료)